통합 이후 남은 어려움을 잘 수습해야

경남 지역 대표 대학으로 생존할 수 있어

내년 3월이면 경상국립대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캠퍼스를 누비게 된다. 교육부가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의 통합을 승인한 지 약 1년 만에 학사통합 절차를 마치고 신입생을 받는 것이다.

두 대학의 통합으로 경상국립대는 단과대학 17개, 학부(29개 전공) 21개, 학과 86개, 정원 4266명의 큰 대학이 됐다. 이는 국가거점국립대 가운데 서울대를 제외하고 전국 3위 수준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규모만 키운다고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22학년도 경상국립대 학생 정원 변동사항을 보면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담는 고뇌가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 두 대학의 정원을 이리저리 옮긴 정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유사 중복학과 통합이 그렇다. 기계 관련 학과가 대표적이다. 기계공학부 기계공학 전공, 기계시스템공학과, 기계융합공학과, 기계소재융합공학부 등 학과(부) 4개가 단과대학 3개에 흩어져 있다. 전공 교수 정원과 관련 있어 예민한 문제지만 좀 더 과감한 조정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학과를 고르는 신입생들은 선택한 학과가 어느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는지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선택한 학과의 뿌리가 경상대였는지, 경남과기대였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비슷한 전공을 모아서 특화된 융·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통폐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여파라고 볼 수 있다. 

교육·연구·행정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이루려면 앞으로 몇 년간 내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고비를 넘는 데,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희생이 절실하다. 좋은 대학은 연구 역량이 높은 교수들이 실력 있는 학생들을 배출해 사회를 발전시킨다. 또 행정 조직은 이러한 대학의 목표를 뒷받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경상국립대는 중앙일보 2021년 대학평가에서 국가거점국립대 가운데 하위권이었다.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없지만, 경상국립대 탄생을 계기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대학으로 태어나야 한다. 지방 소멸, 학생 수 감소에 대비한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대학에 속할지도 모른다. 벚꽃 피는 순서는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대학부터 문을 닫을 것이란 지방대의 우려를 상징하는 말이다. 

최근 대학 본부는 경상국립대의 상징동물로 공룡을 정했다. 그 공룡을 보면서 중생대를 지배했던 거대한 동물이 왜 사라졌는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세상 변화를 반영하는 혁신을 거듭하지 않는 한 공룡처럼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남은 어려움을 잘 수습해야만 경남 지역의 대표 대학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경상국립대 모든 구성원이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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