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숨졌다. 숨진 교사가 과도한 학교폭력 업무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서이초를 시작으로 서울 양천구, 군산, 용인, 대전, 청주, 의정부까지 잇따라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보도됐다.

한때 희망 직업 1위를 굳건히 지키던 교사는 이제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직업이 됐다. 지난해 전국 교대 13곳에서 496명이 자퇴했다. 2018년에 153명이 자퇴한 것에 비해 3.2배 늘어난 수치다. 교대를 떠난 자퇴생은 “평생 꿈꿔왔고, 앞으로 일하게 될 교단이 무너졌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중고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도 마찬가지다. 사범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서이초 교사 49재를 이틀 앞둔 9월 2일, 전국 교사 50만 명 중 30만 명이 국회 앞에 검은 옷을 입고 모였다. 교사들은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상당수가 병가나 연가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들을 파면이나 해임 등으로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우리는 교사들이 모인 이유를 알고 있다. 경제적 이익이라든가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는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고, 학생은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배우고자 하지 않는다면 가르칠 수 없다. 또한 가르칠 수 없다면 배울 수도 없다.  

교실 상황을 몰래 엿듣는 녹음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본인의 자녀만 소중한 학부모. 무엇이 우리의 교육 현장을 무너뜨렸는가. 과연 이러한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 

날마다 보도되는 교사를 향한 악행 소식은 그 수준을 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 만큼의 과도한 악성 민원과 소송을 제기하고, 8개월간 매달 50만 원씩 총 400만 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받아가고, 정말로 죽었냐며 장례식을 찾아가기까지. 오죽하면 예비 교사들 사이에서 소송 당했을 때의 대처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우리는 학생이 좋고, 학교가 좋다. 나로 인해 성장해 나가는 나의 학생들과 우리가 채워가는 학교 현장을 생각하면 기대된다. 그게 전부다. 인생에서 모두가 한 번씩은 거치는 학교에 배움과 존중만 있기도 부족하다.

교권을 보호한다는 말이 학생 인권을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한다는 말이 교권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학생을 위한다면 이제는 교사를 존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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