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두 번 사는 프로듀서'의 서사는 96회 이후 더욱 짜임새 있게 전개되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한 이전 원고에서 이 웹툰에서 다루고 있는 회귀는 이미 진부한 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서사의 흥미를 최우선으로 부여하는 이런 종류의 작품이 존재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런데 131회 연재 중인 현재 이 작품의 서사는 독자의 몰입을 더욱 강하게 유도한다. 이 작품은 이제 장르 상으로 멜로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의 속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즉 주인공 김준수, 여배우 유나희와 임은혜의 관계 형성은 멜로드라마에 전형적인 삼각관계이다. 이 웹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계의 현실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스타와 연출자와의 관계,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와 드라마 연출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캐스팅과 투자 진행 등을 이 작품은 비교적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연출로 기반을 잡은 주인공 김준수는 마침내 오늘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닐지라도’(속칭 오주당’)라는 드라마로 데뷔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 김준수의 삶을 반영하는 듯한 이 제목은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운명과도 연관된다.

김준수 PD의 데뷔작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박성현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톱스타이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남자 조연인 배우 배정우는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천재적인 연기력을 과시하면서 박성현의 입지를 위협한다.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이 두 인물의 등장은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스타는 언젠가는 새로운 스타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유나희와 임은혜의 관계는 약간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다. 톱스타인 유나희가 서브 주인공 역을 수락하는 것이다. 이 두 여배우는 드라마에서뿐만 아니라 김준수를 둘러싼 이성 관계에서도 경쟁하고 있는 상태이다. 톱스타이지만 서브 주인공을 수락하는 투철한 직업 정신을 보이는 유나희와 자신의 역할에 진심을 다하는 임은혜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스타인 두 여배우의 뒤를 잇는 재능있는 신인 정서연(주인공 김문수는 그녀를 괴물 신인이라고 부른다)을 등장시키면서, 여성 캐릭터들 간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재능있는 배우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 주인공 김문수는 이제 방송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획득한다. 작가는 방송계에서 김문수의 위치 변화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즉 강자와 권력을 우선시하는 인물과 상대방의 재능과 진정성을 우선시하는 인물을 대조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을 위한 투자는 철저한 상업적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지만, 주인공 김문수는 업무상의 신뢰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되었을 때 김문수는 주변 인물의 됨됨이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 작화의 특징은 인물이 심리적 전환 상태 혹은 긴장된 상태에 처했을 때, 이들은 디테일이 생략된 어린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즉 작가는 심각한 상황을 오히려 유머를 삽입하여 표현하고 있다. ‘회귀의 주제로 출발한 이 작품은 이제 인간의 속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향하고 있다. 모든 예술 텍스트가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인간의 삶에 진지한 성찰을 궁극적으로는 담고자 하는 것이다.

홍상우 러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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